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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형법 비교 2: ‘살인죄’와 ‘정당방위’의 경계
오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 속 자막은 짧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피의자,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 그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판단합니다. “살인은 나쁜 짓이다. 그는 죄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망한 사람은 누구였고, 그는 왜 그런 상황에 놓였으며, 피의자는 과연 정말 피해자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요? 형법에서 살인죄는 단순히 ‘누군가를 죽였는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 죽였는가’와 ‘어떤 상황이었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복잡한 법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을 때, 그 행위가 법적으로 면책되도록 허용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방어가 과했을 경우, 오히려 피해자였던 사람이 가해자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결과도 낳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살인죄를 분류하는 방식과 정당방위의 허용 범위에서 확연히 다른 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살인의 고의성과 계획성 여부에 따라 1급 살인, 2급 살인, 과실치사 등으로 세분화하고, 총기 문화와 맞물려 정당방위의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반면 한국은 살인죄를 단일하게 규정하며, 정당방위 인정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살인죄 체계, 그리고 정당방위의 법적 기준을 비교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통해 법이 생명과 정의 사이에서 얼마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1. 살인죄의 구성요건: 죽였다고 다 같은 살인은 아니다
살인이라는 단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법적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죽음’이라는 결과를 두고도, 법은 매우 다르게 해석하고 처벌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었는가’가 아니라, ‘왜, 어떻게 죽였는가’입니다. 살인의 고의성, 계획성, 행위자의 심리 상태, 상황적 맥락에 따라 어떤 사건은 ‘1급 살인’이 되고, 어떤 사건은 ‘과실치사’에 그치기도 합니다.
한국 형법상 살인죄
한국 형법은 살인죄를 단일하게 규정합니다. 형법 제250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항은 살해의 고의성만 입증되면 살인죄로 성립된다는 구조입니다. 즉, 어떤 방식으로 죽였든, 어떤 이유로 죽였든 간에, 그 사람의 ‘죽음’을 행위자가 의도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살인죄가 인정됩니다. 하지만 형량은 판사가 범행 수단, 동기, 계획성,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 계획 살인이나 잔혹한 방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이를 수 있고,
- 우발적 살인이나 정상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는 징역 5~10년 선에서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 구조의 장점은 단순함이지만, 단점은 세부적인 죄책 구분이 법 조문이 아니라 판결문에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살인죄
미국은 살인죄를 범행의 성격에 따라 계층적으로 분류합니다. 이로 인해 판결 전부터 ‘이 살인은 몇 급인가?’라는 분석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요건 | 예시 |
---|---|---|
1급 살인 (First-degree murder) |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살해 | 독극물을 준비해 남편을 살해 |
2급 살인 (Second-degree murder) | 즉흥적이나 명백한 고의로 인한 살해 | 술자리 다툼 중 칼로 찔러 살해 |
Voluntary Manslaughter | 감정 폭발 또는 격분 상태에서 살해 | 외도를 목격하고 배우자를 즉시 공격 |
Involuntary Manslaughter | 과실로 인한 사망 | 음주운전으로 인한 치사 |
미국 판례: 조지 플로이드 사건 Derek Chauvin 사건 (2020, 미국 미네소타)
2020년 미네소타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을 9분 넘게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입니다. 해당 경찰은 살해 의도가 없었지만, 위법한 제압이 사망을 유발했기에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를 뒤흔든 경찰 폭력 사건으로, 살인죄 구성요건의 실제 적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례입니다.
- 사건 개요
2020년 5월, 미니애소타주에서 백인 경찰 Derek Chauvin이 흑인 남성 George Floyd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Floyd의 목을 약 9분 29초간 눌렀습니다. 그 결과 Floyd는 사망했고, 이 영상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 기소 내용
검찰은 Derek Chauvin을 다음 세 가지 혐의로 동시에 기소했습니다:- 2급 살인 (2nd-degree unintentional murder)
- 3급 살인 (3rd-degree murder)
- 과실치사 (Manslaughter)
- 핵심 쟁점
Chauvin이 Floyd를 죽이려는 직접적 의도는 없었지만, 반복적인 제압 행위가 심각한 위험을 인지하고도 계속된 행위였는지 여부였습니다. 결국 배심원단은 ‘그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음을 알고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2급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 결과
Chauvin은 2급 살인 혐의로 2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살해 의도가 없더라도, 그 상황에서 충분히 사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았을 때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준을 보여줍니다.
두 나라의 살인죄 비교 정리
항목 | 한국 | 미국 |
---|---|---|
살인죄 체계 | 단일 구성 | 1급, 2급, 과실치사로 세분화 |
판단기준 | 고의성 입증 → 재량 양형 | 고의 + 계획성 여부로 급 구분 |
판결 주체 | 판사 중심 | 배심원 (공감과 정황 반영 강함) |
한국은 단일 구조로서 법 해석이 단순하지만, 경우에 따라 우발성과 계획성 구분이 모호하게 처리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살인의 고의성·계획성·상황 등을 입법적으로 세분화하여 판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만, 때로는 주마다 법이 달라 형평성이 흐트러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집니다.
2. 정당방위의 기준: 살해가 아닌 생존의 선택이었는가?
누군가가 내게 해를 가하려 한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저항하고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 행위로 인해 상대가 죽었다면, 그것은 살인일까요? 아니면 정당한 방어였을까요? 형법은 살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방위였는지를 따집니다. 즉, “피할 수 없었는가?”, “비례한 대응이었는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는가?” 이 질문에 법적으로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형법상 정당방위: ‘상당한 이유’라는 문턱
한국 형법 제21조 제1항은 정당방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즉,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현재의 침해: 이미 끝난 위협이나 미래의 가능성은 해당되지 않음
- 부당한 침해: 국가 공권력, 정당한 법집행은 제외
- 상당한 방어 행위: 침해에 비례하고, 불필요하게 과하지 않아야 함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상당한 이유”라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며,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한국 실제 사례 – 2022년 ‘창원 흉기 남성 제압 사건’
- 사건 개요:
2022년 경남 창원시. 한 남성이 갑자기 흉기를 들고 거리에서 행인을 위협했고, 지나가던 A 씨가 남성을 제압하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남성의 손목을 꺾어 큰 부상을 입혔고, 경찰은 양측 모두를 입건했습니다. - 법적 쟁점:
A 씨는 분명 ‘선제적 폭행’을 했지만, 그 상황은 긴박했고 흉기를 든 위협이 분명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정당방위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드문 판례로 남았습니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A 씨가 "흉기를 든 공격을 막기 위해, 그것을 제압하는 수준의 행위였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게 인정받지 못합니다. 사건 당시의 영상, 증인 진술,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에 따라 과잉방위로 판단되어 감형은 되더라도 무죄 판결은 어렵습니다.
미국의 정당방위: 물러서지 않아도 되는 권리
미국 일부 주에서는 'Stand Your Ground' 법이 있어, 피할 수 있었더라도 즉시 반격한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 미국은 정당방위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방어권을 인정합니다. 특히 총기 소지가 합법이고, ‘자기 방어’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강한 문화적 배경도 큽니다. 주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 법리가 있습니다:
① Stand Your Ground Law (“물러서지 않아도 되는 법”)
- 피할 수 있었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바로 대응 가능
- 공공장소에서도 적용 가능
- 대표적 주: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
② Castle Doctrine (“내 집은 내 성” 원칙)
- 집 안에 침입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힘을 사용해도 위법하지 않음
- 가택 침입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해도 정당방위로 인정 가능
미국 실제 사례 – Trayvon Martin 사건 (2012, 플로리다)
- 사건 개요:
플로리다의 한 주택가에서 17세 흑인 소년 Trayvon Martin이 밤에 후드티를 입고 걷고 있었습니다. 지역 자경단원 George Zimmerman은 그를 수상하게 여겨 뒤쫓았고, 양측의 충돌 끝에 Zimmerman은 소년에게 총을 쏴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 법적 쟁점:
Zimmerman은 자신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플로리다의 Stand Your Ground 법이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했습니다. - 결과:
배심원단은 Zimmerman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미국 전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으며, ‘정당방위’가 인종적 편견과 결합했을 때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남았습니다.
두 나라의 정당방위 인식 차이
항목 | 한국 | 미국 |
---|---|---|
적용 요건 | 현재의 침해 + 비례 원칙 + 최소한의 행위 | 위협이 느껴지면 즉시 방어 가능 |
법적 태도 | 보수적 해석, 인정 거의 없음 | 적극적 해석,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 |
대표 기준 | '상당한 이유' 여부 판단 |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법 취지 |
판례 흐름 | 정당방위 인정 매우 드묾 | 정당방위 인정 폭넓고 사회적 지지 많음 |
한국은 사회적 질서 유지와 불필요한 폭력 억제를 더 우선시합니다. 반면 미국은 개인의 권리, 생명 보호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상대방이 죽었다 해도, 내가 먼저 죽을 수 있는 위협이었다면 정당하다”는 논리가 미국에선 힘을 얻지만, 한국에서는 “그 대응이 정말 꼭 그 정도였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심이 남습니다.
3. 살인자일까 피해자일까?: 법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법정에 선 피고인은 누군가를 죽인 사람입니다. 그는 형법상 ‘살인죄’의 피의자이며,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로 여깁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도망치지 못한 피해자였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지속적인 가정폭력, 스토킹, 성적 위협, 생존을 건 공포. 이 모든 것 앞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던 사람이, 마침내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는 살인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한국 실제 사례 – “10년 가정폭력 끝에 남편 살해한 여성” (서울고등법원, 2018)
- 사건 개요:
40대 여성 A 씨는 결혼 후 10년 이상 남편에게 반복적인 폭행과 성적 학대를 당해 왔습니다. 남편은 술에 취하면 폭언과 구타를 일삼았고, 피해자는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부부 사이 문제”라는 이유로 처벌은 미비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또다시 술에 취해 폭행을 시도하려 하자, A 씨는 주방에서 칼을 들고 그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 1심 판결:
검찰은 A 씨에게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랜 기간 반복된 폭력, 심각한 정신적 외상,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징역 5년의 감형 판결을 내렸습니다. - 항소심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장기간 학대 속에 갇힌 피해자가 택한 생존 방식"이라며 집행유예 4년에 감형 선고, A 씨는 결국 구속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이 판례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법원이 ‘피해자의 고통’을 적극 고려하여 ‘사회적 생존권’이라는 관점을 판결문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실제 사례 – “Battered Woman Syndrome (BWS)” 법리 도입 판결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학대받은 여성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BWS)’이라는 심리학 개념이 형사재판에서
정당방위 또는 감형 사유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 대표 사건: State v. Norman (1989, North Carolina)
쥬디 노먼(Judy Norman)은 25년간 남편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했고, 어느 날 남편이 잠든 사이, 총으로 그를 사살했습니다. - 핵심 쟁점:
당시 남편이 잠들어 있어 “현재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에서는 유죄. 그러나 상급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BWS는 지속적인 학대 속에서 ‘곧 닥칠 위협’에 대한 공포로 정상적인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를 설명한다.
이는 전통적인 정당방위의 ‘즉각적인 위협’ 기준을 유연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 결과:
쥬디는 최종적으로 감형 판결을 받았고, 이 판례는 이후 미국 내에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상황을 반영한 판결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법의 물음: “누가 먼저였는가”보다 “도망칠 수 있었는가”
이런 사건에서 법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가?
- 왜 도망가지 않았는가?
- 왜 그 순간까지 참았는가?
하지만 현실은 법조문처럼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은 대개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하거나, 자녀 때문에, 또는 더 큰 보복이 두려워 고통을 침묵 속에 삼킨 채 살아갑니다. 법은 그들의 선택이 의도적인 살인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본능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 정의의 모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25년간 학대를 받은 여성이 잠든 남편을 총으로 살해했으나, ‘학대받는 여성 증후군(BWS)’이 고려되어 감형되었습니다.
한국도 최근에는 ‘피해자다움’의 기준을 탈피하려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사건들에 심리적·사회적 맥락을 적극 반영하는 판결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당방위로의 완전한 면책 인정은 매우 드물며, 법원의 사회적 감수성과 사건 해석의 깊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4. 형벌의 종류와 실제 사례
형법이 정한 처벌은 단순히 범인을 감옥에 보내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응답이며,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 장치이기도 합니다.
형벌 종류 | 설명 |
---|---|
사형 |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생명형 |
무기징역 | 종신형이나 사면 가능성 존재 |
유기징역 | 일정 기간 동안의 구금 |
벌금형 | 경미한 범죄에 대한 금전 처벌 |
집행유예 | 선고는 하지만 실제 집행을 유예 |
대표 사례 1 – 한국: '신해철 의료사고 사건'
- 사건 개요:
가수 신해철 씨는 2014년 장 수술 이후 의료과실로 사망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수술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퇴원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판결 결과:
징역 1년형이 선고되었으며, 집행유예 2년이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고의적 살인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책임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형벌의 무게를 조정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대표 사례 2 – 미국: ‘Dylann Roof 총기 살인 사건’ (2015)
- 사건 개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에서 21세 백인 청년 Dylann Roof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9명을 총기로 계획 살해한 증오범죄였습니다. - 기소 내용:
연방 혐의로 33건의 유죄, 사형 구형 - 판결 결과:
연방 사형 선고 (사형 선고받은 최초의 국내 테러범)
이 사건은 미국 연방법에 따라, 명백한 증오범죄이자 계획살인으로 판단되어 법원이 사형이라는 가장 무거운 형벌을 선고한 경우입니다.
5. 결론: 형법은 ‘사회적 기준’을 반영하는 법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인간 사회가 허용할 수 없는 최악의 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죄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형벌로 응징되며, 형법의 중심에는 늘 ‘생명 보호’라는 대원칙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것은 단지 ‘심장이 뛰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권리, 지속적인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 공포로부터 해방되려는 절박함 또한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생명의 한 형태입니다. 이번 글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경계를 함께 보았습니다.
- 살인의 고의성, 계획성, 우발성에 따라 죄의 무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 누군가를 죽였지만, 오히려 구조받아야 할 피해자일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는지
이것은 단순히 법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더 나빴는가”를 따지는 게임도 아닙니다. 형법은 결국 사회가 무엇을 용납하고, 무엇을 용납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입니다. 사람을 죽인 사람도, 생존을 위해 마지막으로 방어한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살인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중심으로 법을 해석한다는 것은 인간의 고통, 공포, 생존, 책임을 다루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법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형벌은 단순히 처벌이 아닌, 사회가 ‘이런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선언하는 방식입니다. 동시에 피해자 유족에게는 공적인 복수이자, 사회 전체에는 예방과 경고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형벌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결정에는 더욱 신중하고 정교한 법적 판단과 사회적 감수성이 요구됩니다.
형법은 고정된 ‘진리’가 아닌, 시대와 사회의 거울입니다
미국에서는 총기 문화와 개인 방어권을 중심으로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되고, 한국은 공동체 질서와 공권력 존중이라는 가치를 우선하여 보다 보수적으로 정당방위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사회의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형법도 점점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피해자라면 왜 도망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왜 도망칠 수 없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법”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생명을 빼앗길까 두려웠던 사람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