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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행위법 시리즈 주제를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콜라주한 썸네일: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상해, 정신적 손해, 소비자 피해, 불법침입 등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법 비교 내용을 시각적으로 요약한 구성.
    불법행위법(Tort Law) 시리즈 총정리 – 8개의 핵심 주제로 이해하는 불법행위"

    불법행위법 시리즈 – 최종 총정리 (1) : 미국과 한국, 그 경계에서 바라보다

    1. 서론

    "실수였습니다." "의도는 없었어요." 혹은 "저는 그냥 제 집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법정에 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법은 단순히 그들의 말만 듣지 않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라는 정황과, 그 행위의 의도와 결과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틀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불법행위법(Tort Law)"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법을 각 주제별로 살펴보았습니다. 명예훼손, 상해, 의무 불이행, 정신적 손해, 고의적 침해, 상품책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법침입까지. 각각의 파트는 독립된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충돌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구조화하고 정리하며, 두 나라 법체계의 철학과 실천의 차이점,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법적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건 사고였어요.” “저는 그런 의도가 없었습니다.” “이 정도로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법정에서는 끊임없이 이런 말들이 오갑니다. 어쩌면 그 말들은 진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법은 감정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행위의 '의도', 그리고 '결과'.ㅡ 그 사이를 관통하는 수많은 사실과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사회가 설정한 책임의 경계를 따집니다. 이것이 바로 불법행위법(Tort Law)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누군가의 실수나 무심함, 혹은 악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을 남겼을 때, 그 피해를 어떻게 회복하고,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이 법의 본질입니다.

     

    이번 블로그 시리즈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법을 여러 주제로 나누어 다뤘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충돌, 단 한 대의 주먹이 상해로 이어지는 순간, 불특정 다수를 향한 주의의무 위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상처, 제품 하나의 결함으로 무너진 소비자의 삶, 내 공간에 침입한 타인 앞에서의 정당방위, 그리고 법이 감정과 정의를 어떻게 저울질하는가.

    각 편은 그 자체로 독립된 이야기였지만, 모두 한 가지 질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떻게 측정되고 판단되는가?”

     

    이 마지막 정리 글에서는 지금까지 다룬 주제들을 다시 꿰어보며, 각 나라의 법이 지닌 구조적 철학, 판단 기준의 차이,

    그리고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용서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법은 단순히 ‘옳고 그름’을 나누는 칼이 아니라, 사회가 ‘무엇을 용납할 수 있는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니까요.

     

     

    2. 구성요소별 핵심 정리

    불법행위법은 단순히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를 따지는 법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피해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가”에 대해 구조적으로 접근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법체계를 바탕으로 이 책임의 구조를 설계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1) 법의 구조

    •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서, 주(state)마다 민법의 해석과 적용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판례(precedent)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같은 주 내에서 선고된 상급심 판결은 하급심이 따라야 하며,
      배심원제도 덕분에 감정과 사실의 판단이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한국은 단일한 민법 체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법률과 대법원 판례가 중심입니다.
      다수의 사건에서 법관이 사실과 법률을 모두 판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관된 해석과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위법성 판단

    • 미국은 위법성보다 예견 가능성(foreseeability)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즉, “그 손해가 미리 예상될 수 있었는가?”에 따라 책임 여부가 갈립니다. 이로 인해 법적 인과관계(Proximate Cause)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한국은 위법성을 먼저 따지며, 단순한 결과보다는 “사회규범을 위반했는가”라는 기준을 설정합니다. 한국 법은 “그 행위가 일반인의 기준에서 부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나?”를 본다는 점에서 윤리적·문화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3) 손해의 유형

    • 미국정신적 고통, 수치심, 상실감 등도 손해로 인정되며, 경우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까지 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한 회복(repair)이 아니라 억제(deterrence)와 경고(punishment)의 목적도 포함합니다.
    • 한국은 손해배상에서 치료비, 수리비 등 물질적 손해가 중심이며, 정신적 손해는 위자료로 인정하더라도 액수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몇 백만 원 단위가 대부분으로, 미국의 수천만~수억 원에 비하면 제한적입니다.

    4) 배상 방식

    • 미국은 징벌적 배상을 통해 사회 전체에 경고를 보내는 효과를 중시합니다.
      특히 기업의 고의적 위법행위나 반복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재무적 타격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 한국은 손해 발생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보적 배상주의(損害原状回復主義:손해원상회복주의)에 기초합니다.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만큼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처벌 목적보다는 형평성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5) 공감의 기준

    • 미국은 배심원단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떤 고통이 있었는가”를 직접 상상하고 평가합니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감정선, 신뢰도, 증언의 일관성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 감정이입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한국은 판사가 “평균인의 입장에서” 판단합니다. 법률적 사실과 입증을 기반으로 하되, 정서적 공감보다는 객관성과 일관성을 중시합니다.
    항목 🇺🇸 미국 🇰🇷 한국
    법의 구조 주법 중심, 판례 중시 단일 민법 중심, 법률 중심
    위법성 판단 예견 가능성 중심 위법성 + 사회상규 위반 중심
    손해 유형 정신적·물질적 모두 적극 인정 물질적 손해 중심, 위자료 제한적
    배상 방식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 전보적 손해배상 중심
    공감의 기준 피해자 중심, 배심원 감성 작용 평균인 기준, 법관 판단 중심

     

    3. 주제별 핵심 요약

     

    명예훼손 (Defamation)

    “당신, 그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나요.”

    소문은 바람처럼 빠르게 퍼지지만, 그 흔적은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평판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법은 그 ‘말의 무게’를 어떻게 다룰까요?

    미국 – 자유의 나라, 그러나 악의는 처벌한다

    미국은 헌법 수정 제1조(First Amendment)로 “표현의 자유”를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틀린 말을 했다고 바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1964년, 미국 명예훼손 법의 판도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 (1964)입니다.

     

    앨라배마 경찰국장 설리번은 자신에 대한 비판 광고가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광고는 흑인 인권 시위에 대한 경찰의 부당한 폭력과 태도를 비판했으나, 몇몇 사실이 부정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이 광고가 “공적 인물(public official)”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그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단순한 오류가 아닌, “악의(actual malice)”, 즉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의로 거짓을 퍼뜨렸다는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서 명예훼손 책임을 제한하는 기준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언론과 시민의 비판 권리를 강력히 보호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1. 허위 사실이 있다.
    2. 그 사실이 특정인을 지칭한다.
    3. 제3자에게 전달되었다.
    4. 명예가 손상되었다.

    단, 대상이 공인이면 여기에 악의(actual malice)까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은 언론 자유를 존중하는 미국의 헌법 정신이 법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개인의 명예 보호’에 무게를 둔 법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말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과거 범죄 경력을 방송에서 언급했는데 그 내용이 100% 사실이더라도, 해당 인물이 현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면 “공연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 유튜버 A 씨 사건은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는 유명 연예인의 과거를 파헤쳐 영상으로 올렸고, 내용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예인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또한 한국은 “사적 감정에 기초한 폭로”나 “공익 목적 없이 이뤄진 사실 적시”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다’는 것은 한국 법체계에서 현실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감정의 자유 vs 사회적 평판

    미국은 공적인 토론을 보호하려 하고, 한국은 사적인 명예를 지키려 합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두 나라가 말의 책임에 대해 서로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미국은 “틀린 말도 자유다. 다만, 고의적 거짓말은 책임져야 한다.”
    • 한국은 “사실이라도, 누군가를 해하려는 말이라면 법이 개입해야 한다.”

    이 두 시선은 언론, 정치, 연예, 심지어 일상적 댓글 문화까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게 됩니다.

    상해 (Assault & Battery)

    “때렸다는 증거는 없어요.”
    “접촉도 없었는데 왜 신고를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때론 정말 장난처럼 한 행동이, 법정에서는 상해 또는 폭행이라는 이름으로 비화됩니다.

    미국 – 눈빛 하나, 말 한마디도 폭력이 될 수 있다?

    미국 불법행위법에서 Assault(위협)Battery(물리적 접촉)는 엄연히 구분됩니다. 놀라운 점은, 실제로 손을 대지 않아도 Assault는 성립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유명한 판례 중 하나는 Garrett v. Dailey, 46 Wash.2d 197 (1955)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겨우 5살의 소년, 브라이언 데일리였습니다. 이 소년은 자신의 이모 친구인 개럿 여사가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장난으로 그 의자를 살짝 치웁니다. 개럿 여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골반뼈를 심하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법정에서는 5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고의로 상해를 입히려 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그가 다치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워싱턴 주 대법원은 “어린아이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책임을 질 수 있다”라고 판결하며, ‘Battery’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미국 법이 접촉 자체의 고의성보다, 결과 예측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정당방위 권리(Self-defense)가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기도 하는 복잡한 구조가 형성됩니다.

    한국 – 맞았다면 상해, 위협했으면 폭행

    한국에서는 상해와 폭행의 경계가 조금 다릅니다. 형법상 ‘폭행’은 실제 접촉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상해’는 그 결과로 피해자가 신체적 고통을 입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주먹이 얼굴에 닿았지만 멍이 들지 않았다면 폭행이고, 닿은 결과로 멍이나 부상이 생겼다면 상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4도 4560 판결에서는 술자리에서 벌어진 시비 중 한 남성이 상대방을 주먹으로 한 대 쳤고, 그로 인해 상대방 이빨 하나가 부러졌습니다. 가해자는 “단 한 번 주먹을 쳤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결과가 단순한 고통을 넘어서 신체 손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2017 고단 9832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가볍게 밀친 행위가 단지 위협인지, 실제로 피해자의 몸을 다치게 했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의 낙상과 통증이 있었다면 상해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하며, 단순한 ‘접촉’이더라도 결과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결정적 차이점 – 행위 vs 결과, 책임의 기준

    • 미국은 “행위의 의도”와 “피해자의 공포”가 중심입니다.
      손을 안 댔더라도, 상대가 두려워했다면 Assault, 실제로 손을 댔다면 그 순간부터는 Battery가 됩니다.
    • 한국은 “결과의 유무”에 따라 폭행과 상해를 구분합니다.
      상해는 진단서 등으로 증명 가능한 피해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폭행죄로만 판단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국은 상해에 대해 민사적 손해배상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치료비를 넘어선 위자료는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무 불이행 (Negligence)

    “저는 고의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이 두 마디는 수많은 민사소송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변명입니다. 하지만 법은 묻습니다. “당신은, 그 상황에서 최소한의 주의를 다했습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 바로 주의의무 위반, 즉 과실(Negligence)에 대한 법적 판단입니다.

    일상 속의 위험, 어디까지 책임일까?

    엘리베이터 문을 서둘러 닫다가 뒤에 오던 사람의 손가락이 끼었을 때, 카페에서 바닥에 쏟은 커피를 제때 닦지 않아 누군가 미끄러졌을 때, 운전 중 휴대전화를 잠깐 확인하다 사고를 냈을 때… 이런 일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무 불이행은 불법행위법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빈번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미국 – 책임의 구조를 따지는 5단계 프레임

    미국의 과실 책임은 매우 체계적인 구조를 따릅니다.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려면 다음 5가지 요소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1. Duty (주의의무 존재) – 피고는 원고에 대해 어떤 법적 주의의무를 지고 있었는가?
    2. Breach (의무 위반) – 그 의무를 위반했는가?
    3. Cause in Fact (사실적 인과관계) – 피고의 행위가 실제로 사고를 일으켰는가?
    4. Proximate Cause (법적 인과관계) – 그 사고가 법적으로 예견 가능한 결과였는가?
    5. Damages (손해 발생) – 실제 피해가 존재하는가?

    예를 들어, 유명한 Palsgraf v. Long Island Railroad Co. (1928) 사건을 보겠습니다. 기차에 타려던 한 남성이 역무원의 도움을 받으며 뛰어오르다가 들고 있던 패키지를 떨어뜨렸고, 그 안에 있던 폭죽이 터지면서 먼 곳에 있던 여성이 충격에 넘어졌습니다.
    이 여성, 헬렌 팔스그라프는 철도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그 폭발이 이 여성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는가?” 결국, Proximate Cause 부재로 인해 철도회사는 책임을 면했습니다. 이 판례는 미국 법이 “책임의 범위는 예견 가능성 안에서만 인정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한국 – 평균인의 시선으로 책임을 묻는다

    한국 민법 제750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표면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과실이 있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매우 섬세한 판단 기준이 적용됩니다.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바로 ‘사회의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입니다. 이는 판사의 재량과 상식, 사회통념에 기반하여 “그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사고를 피했을 가능성이 있었는가?”를 묻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법원 2000다 37524 사건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벽돌 더미가 인도 위로 떨어졌고, 지나가던 보행자가 머리를 다쳤습니다. 가해자는 “나는 고의가 없었다, 누군가 건드린 것이다”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공사 현장은 구조적으로 위험한 장소이며, 현장 책임자는 언제나 위험을 예견하고 조치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그럴 수도 있다’는 말로는 과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 법의 시선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점

    구분 🇺🇸 미국 🇰🇷 한국
    의무 존재 판단 법적 관계 중심 (Contract, 특수 관계 등) 사회통념, 평균인의 기준
    인과관계 사실적 + 법적(Proximate Cause) 분리 사실관계 중심, 예견 가능성 포함
    책임 확장 구조화된 5단계 체계 유연하지만 판례 중심
    입증 부담 원고에게 집중 상대적으로 분산 가능

    일상의 실수, 법적 책임

    의무 불이행은 늘 ‘작은 실수’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꿀 수 있는 손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미국은 법적 구조와 예견 가능성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하고,
    • 한국은 평균인의 시선과 구체적 정황을 통해 형평을 따집니다.

    두 법 모두 묻고 있는 질문은 같습니다. “당신은, 그 상황에서 신중하게 행동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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