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미약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 한국과 미국의 형법 비교1. 서론 – 심신 미약, 정말 면죄부인가?한국 사회에서 뉴스 보도를 접하다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피의자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짧은 문장은 때로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때로는 깊은 허탈감을 안깁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대한민국에서는 술을 마시면 죄가 가벼워진다”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되는 사례들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대중의 인식이 단순한 오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형법은 본래 사람의 자유의지와 책임 능력을 전제로 하여 그에 따른 처벌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범행 당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했거..
마약 범죄, 한국과 미국 법 비교1. 서론: “딱 한 번만 해보고 그만두면 돼.” “한 번 해보는 건 괜찮아. 별일 안 생겨.”이 말은 얼핏 들으면 그냥 농담 같고 가벼운 표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마약 유통범이나 상습 투약자들이 초범자에게 마약을 권유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혹의 문장 중 하나입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가볍게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파괴할 수 있으며, ‘한 번’ 이후에는 다시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왔습니다. 이런 권유의 말을 듣고 무심코 따라 웃는 사이, 사회는 중독과 범죄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마약 청정국..
디지털 성범죄 – 형법으로 본 딥페이크와 불법촬영물 처벌 구조1. 서론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가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이름과 함께 뜬 영상의 썸네일에는 그녀의 얼굴이 뚜렷이 박혀 있었고, 영상 제목은 명백히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클릭해 본 그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조작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었습니다. 몸은 다른 사람이었지만 얼굴은 분명히 그녀였고, 목소리까지 합성된 그 장면은 허구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사실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입니다. 피해자는 실제 접촉도 없었고,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도 없었지만, 세상은 그 사..
소년 범죄, 한국과 미국의 법 비교1. 서론며칠 전, 한 중학생이 또래 친구를 집단으로 폭행해 뇌출혈과 전치 수 주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가해 학생이 사건 직후 경찰에게 “어차피 감옥엔 안 가요”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한국 소년법의 실질적 한계와, 법이 만들어낸 집단적 무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되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이들은 '촉법소년'이라는 이름 아래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받을 수 있으며, 수개월 이내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저지르는 행위는 더 이상 단순한 ‘비행’ 수준이 아닙니다. 성폭행, 협박, 감금, 살인미수, 심지어는 범..
1. 서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본다그녀는 스스로 세운 스케줄보다 5분씩 앞당겨 지하철역을 나섰습니다. 스마트폰의 위치 공유를 꺼두었고, 뒤돌아보는 습관이 몸에 밴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날까 봐, 다시 문자를 보낼까 봐, 또 찾아와 문을 두드릴까 봐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말했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으니 개입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수차례 신고하였고, 경찰은 그때마다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8세의 여성 역무원이었던 그녀는 자신을 스토킹 하던 전 동료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하였습니다. 범인은 범행 전날까지도 피해자를 협박하였..
미국과 한국의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 비교1. 서론: 사형이 잔인한가, 형량이 가벼운 게 더 잔인한가밤 10시가 되면 귀갓길을 서두르는 아이가 있다. 길 건너 주택가에는 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어른들은 그 집 앞을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범죄자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던 법원은, “사회에 복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조두순이었다. 그가 성폭행한 피해자는 겨우 8살이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텔레비전 앞에서 이를 갈았으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수백만 명의 서명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그 분노는 법조문 위에서 쉽게 무뎌졌다. 가해자는 감형을 받고, 반성문 몇 장으로 ‘갱생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피해자는 영영 아이였던 자신을 잃어버렸다. 한편, 태평양 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