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형법 비교 2: ‘살인죄’와 ‘정당방위’의 경계오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 속 자막은 짧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피의자,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 그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판단합니다. “살인은 나쁜 짓이다. 그는 죄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판단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사망한 사람은 누구였고, 그는 왜 그런 상황에 놓였으며, 피의자는 과연 정말 피해자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요? 형법에서 살인죄는 단순히 ‘누군가를 죽였는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 죽였는가’와 ‘어떤 상황이었는가’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복잡한 법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
형법이란 무엇인가: 미국과 한국의 형법 체계 비교1. 서론: “죄와 벌”을 정하는 법, 형법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합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때렸거나, 물건을 훔쳤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건 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죄’라는 것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걸까요? 바로 그것을 규정하고 다루는 것이 형법(刑法)입니다. 형법은 국가가 정한 가장 강력한 법적 기준으로, 사람의 행동 중 ‘이것은 사회적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들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는 형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民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민법은 사람들이 서로 계약하고, 재산을 나누고, 가족 관계를 정할 때 쓰이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물건을 망가뜨렸을 ..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삭제되지 않는 상처: 미국과 한국의 법적 대응1. 서론: 삭제되지 않는 상처2025년 봄, 한 여고생의 SNS 프로필이 모르는 사람들의 메시지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합성된 노골적인 영상이 텔레그램과 웹하드, 심지어 해외 성인 사이트에까지 퍼졌던 것입니다. 영상은 마치 실제인 것처럼 정교했고, 삭제 요청도 소용없었습니다. "지웠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영상은 복제되고, 공유되고, 다시 업로드되었습니다. 그녀는 학교에 나가지 못했고,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여전히 인터넷 어딘가에 살아 있었습니다. 이것은 영화에 나오는 픽션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불법행위의 현실입니다. 딥페이크 기술은 놀라운 진보를 이뤘지만, 그 기술..
불법행위법 시리즈 – 최종 총정리 (2) : 미국과 한국, 그 경계에서 바라보다3. 주제별 핵심 요약정신적 손해 (Emotional Distress)"그 일 이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졌어요.""이제는 누군가를 믿는 것이 너무 무섭습니다."이런 말들은 종종 법정에서는 '감정'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곤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 행동, 침묵, 방치가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가 인생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일은 너무나도 흔합니다.그 감정,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미국 – 감정도 ‘실제 피해’로 인정된다미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적 배상을 인정해 왔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정신적 고통(mental anguish)은물리적 손해..
불법행위법 시리즈 – 최종 총정리 (1) : 미국과 한국, 그 경계에서 바라보다1. 서론"실수였습니다." "의도는 없었어요." 혹은 "저는 그냥 제 집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법정에 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법은 단순히 그들의 말만 듣지 않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라는 정황과, 그 행위의 의도와 결과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틀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불법행위법(Tort Law)"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법을 각 주제별로 살펴보았습니다. 명예훼손, 상해, 의무 불이행, 정신적 손해, 고의적 침해, 상품책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법침입까지. 각각의 파트는 독립된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
불법행위법 – 무단침입 편: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1. 서론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인기척. 낯선 그림자가 담장을 넘어 당신의 마당에 들어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손에는 무언가를 움켜쥡니다. 그 순간, "이 침입자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면, 나는 정당방위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 공간’을 지키려 합니다. 집이라는 곳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안전, 사생활, 신뢰의 마지막 보루이며, 그 침해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침입자에게 총을 쏴도 무죄인 경우가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침입자를 다치게 하면 오히려 내가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같은 ‘불법침입’인데, 왜 두 나라는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