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법 시리즈 – 제조물 책임 편: 결함 있는 제품, 누가 책임지는가?1. 서론매일 아침 손에 쥐는 전기면도기,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아이가 마시는 분유,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삶의 일부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입니다. 우리는 매뉴얼을 정독하지 않아도, 품질 보증서를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으로 그것들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가끔, 그 신뢰가 깨질 때가 있습니다. 헤어드라이어가 폭발하고, 핸드크림에서 이상한 피부 반응이 나타나고,새로 산 전자담배가 입술을 덮칠 정도로 터져버리는 순간, 우리는 묻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요?", "이 손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 건가요?"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조물 책임(상품 책임)’이라는 법의 틀입니다. 제품 자체에 결함이 ..
불법행위법 시리즈 –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편1. 서론우리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실수는 법적으로 과실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이 실수는 아닙니다. 어떤 손해는 우연이 아니라, 명백한 의도에서 비롯됩니다. 가령,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상대방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물건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행위처럼 말입니다. 이런 행위들은 단순한 과실을 넘어서, ‘고의적 불법행위’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법은, 그 고의성에 대해 훨씬 더 무겁고 단호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고의’는 단순히 마음속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누군가의 신체, 재산, 자유, 명예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불법행위법 시리즈 – 정신적 손해 편: 보이지 않는 고통의 법적 무게1. 서론“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도, 책임질 수 있을까요?” 신체의 상처는 사진으로 남기면 되고, 치료 기록도 남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요? 우리는 때때로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어떤 행동 하나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정신적 고통 역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불법행위법에서 말하는 ‘정신적 손해’란, 말 그대로 신체적 상해 없이도 발생한 감정적, 심리적 고통을 의미합니다. 모욕, 협박, 괴롭힘, 애도 방해, 허위 사실 유포 등 일상 속에서 종종 발생하는 행위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 이후, SN..
불법행위법 시리즈 – 의무 불이행 편: Duty of Care 위반 비교1. 서론“그냥 실수였을 뿐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법적 분쟁에서 이런 말은 꼭 등장합니다. 하지만 법은 단순한 ‘고의’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실수, 즉 과실에도 책임을 묻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출근길, 공공장소,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타인과 끊임없이 마주치며 살아갑니다. 이 속에서 나의 부주의가 누군가의 부상을 유발할 수 있고, 그 결과는 단순한 사과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문을 급하게 닫다가 타인이 손가락을 끼이게 하거나, 건설현장에서 낙하물을 방치하여 보행자가 다치는 등의 사건은 단순 실수처럼 보이지만 법적 책임이 무겁게 따를 수 ..
불법행위법 시리즈 – 상해 편: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 비교1. 서론“때리기만 해도 고소당할 수 있나요?” “내가 먼저 맞았는데도 왜 나도 처벌받죠?” 이런 질문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친구와 다투다가 손이 올라갔고, 공공장소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상대방을 밀친 적이 있고… 그 순간은 ‘별일 아니겠지’라고 넘겼던 일이, 며칠 뒤 경찰서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현실 속 갈등 상황은 매우 다양하지만, 법은 그 장면들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불법행위'의 일환으로 폭행과 상해를 규율하지만, 구성요건과 용어, 책임 범위는 다릅니다. 미국에선 assault와 battery, 한국에선 폭행죄와 상해죄. 말은 비슷해도 의미는 다르고, 처벌의 무게도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몸싸움..
불법행위법 시리즈: 미국과 한국 명예훼손법 비교“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말 한마디가 오히려 천만 원짜리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세상입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일상이 된 지금, 명예훼손 (Defamation) 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법적 처벌을 받게 될까요? 명예훼손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허위사실이나 사실을 적시해 제3자에게 전달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평판을 실질적으로 해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두고 있지만, 구성 요건이나 처벌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예훼손의 개념과 법적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