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삭제되지 않는 상처: 미국과 한국의 법적 대응1. 서론: 삭제되지 않는 상처2025년 봄, 한 여고생의 SNS 프로필이 모르는 사람들의 메시지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합성된 노골적인 영상이 텔레그램과 웹하드, 심지어 해외 성인 사이트에까지 퍼졌던 것입니다. 영상은 마치 실제인 것처럼 정교했고, 삭제 요청도 소용없었습니다. "지웠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영상은 복제되고, 공유되고, 다시 업로드되었습니다. 그녀는 학교에 나가지 못했고,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여전히 인터넷 어딘가에 살아 있었습니다. 이것은 영화에 나오는 픽션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불법행위의 현실입니다. 딥페이크 기술은 놀라운 진보를 이뤘지만, 그 기술..
불법행위법 시리즈 – 최종 총정리 (2) : 미국과 한국, 그 경계에서 바라보다3. 주제별 핵심 요약정신적 손해 (Emotional Distress)"그 일 이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졌어요.""이제는 누군가를 믿는 것이 너무 무섭습니다."이런 말들은 종종 법정에서는 '감정'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곤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 행동, 침묵, 방치가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가 인생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일은 너무나도 흔합니다.그 감정,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미국 – 감정도 ‘실제 피해’로 인정된다미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적 배상을 인정해 왔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정신적 고통(mental anguish)은물리적 손해..
불법행위법 시리즈 – 최종 총정리 (1) : 미국과 한국, 그 경계에서 바라보다1. 서론"실수였습니다." "의도는 없었어요." 혹은 "저는 그냥 제 집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법정에 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법은 단순히 그들의 말만 듣지 않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라는 정황과, 그 행위의 의도와 결과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틀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불법행위법(Tort Law)"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불법행위법을 각 주제별로 살펴보았습니다. 명예훼손, 상해, 의무 불이행, 정신적 손해, 고의적 침해, 상품책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법침입까지. 각각의 파트는 독립된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
불법행위법 – 무단침입 편: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1. 서론어느 날 밤, 정체불명의 인기척. 낯선 그림자가 담장을 넘어 당신의 마당에 들어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손에는 무언가를 움켜쥡니다. 그 순간, "이 침입자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면, 나는 정당방위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 공간’을 지키려 합니다. 집이라는 곳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안전, 사생활, 신뢰의 마지막 보루이며, 그 침해는 단순한 방문이 아닌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침입자에게 총을 쏴도 무죄인 경우가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침입자를 다치게 하면 오히려 내가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같은 ‘불법침입’인데, 왜 두 나라는 이렇..
불법행위법 시리즈 – 제조물 책임 편: 결함 있는 제품, 누가 책임지는가?1. 서론매일 아침 손에 쥐는 전기면도기,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아이가 마시는 분유,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삶의 일부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입니다. 우리는 매뉴얼을 정독하지 않아도, 품질 보증서를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으로 그것들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가끔, 그 신뢰가 깨질 때가 있습니다. 헤어드라이어가 폭발하고, 핸드크림에서 이상한 피부 반응이 나타나고,새로 산 전자담배가 입술을 덮칠 정도로 터져버리는 순간, 우리는 묻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요?", "이 손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 건가요?"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조물 책임(상품 책임)’이라는 법의 틀입니다. 제품 자체에 결함이 ..
불법행위법 시리즈 –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편1. 서론우리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실수는 법적으로 과실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이 실수는 아닙니다. 어떤 손해는 우연이 아니라, 명백한 의도에서 비롯됩니다. 가령,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상대방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물건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행위처럼 말입니다. 이런 행위들은 단순한 과실을 넘어서, ‘고의적 불법행위’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법은, 그 고의성에 대해 훨씬 더 무겁고 단호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고의’는 단순히 마음속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누군가의 신체, 재산, 자유, 명예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